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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프레젠테이션 … 세계는 왜 잡스에게 열광하나 스티브잡스

 스티브 잡스(55)가 새로운 물건을 내놓을 때마다 세계가 들썩인다. 지난달 27일 아이패드(iPad)를 공개한 이후 정보기술(IT)·미디어 업계는 물론 출판·신문 업계까지 새로운 혁신의 바람이 일까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잡스의 창의력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잡스가 신제품을 선보이는 발표회는 그 제품의 창조자인 잡스 자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한 편의 연극 무대와 같다. 지난달 2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이패드를 발표한 현장 역시 마찬가지다.

#잡스 자신을 보여주는 프레젠테이션

무대 뒤 거대한 대형 스크린에는 첫선을 보이는 제품이 비춰진다. 잡스는 아주 단순하고 깔끔한 검정 소파에 다리를 꼰 채로 앉아 있다. 이제 그의 분신처럼 된 검정 터틀넥 셔츠에 허리띠 없는 청바지, 그리고 캐주얼 뉴발란스 운동화. 다른 소품이나 장치는 없다. 아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보는 사람마저 더 이상 편안할 수 없다. 누구라도 새 제품을 아무 불편함과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동시에 모든 시선을 뒤편의 신제품으로 집중시킨다.

동작들도 매우 절제돼 있으며 계획돼 있지만 자연스럽다.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는 인물과 소품, 조명은 어떤 각도로 어떻게 비춰져야 하는지까지. 물을 마시며 호흡을 조절하는 것과 미묘한 정적이 주는 효과를 본능적으로 사용할 줄 안다.

잡스는 발표 초반 숫자를 나열한다. 그간의 성과를 보여주는 각종 통계자료다. 새로 소개될 제품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기 위한 순서다. 마음에 드는 프레젠테이션 소프트웨어가 없자 잡스는 직접 ‘키노트’라는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하고 완성시켜 오피스 제품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편집증에 가까운 완벽주의다.

이날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아이패드 이상으로 잡스를 잘 설명해주는 소품은 소파다. 스위스 출신 아티스트 르 코르비제의 작품이다. 매우 절제된 단순함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르 코르비제는 “창의적인 사람은 수도자(修道者)다”라는 말을 남긴 금욕적 인물이다. ‘자연만이 진실’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건축가이자 근대 화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라는 개념을 최초로 세운 인물이기도 하다.

#힌두와 불교 뿌리 찾아 인도 여행

잡스가 그의 소파를 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잡스의 정신세계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미혼모의 아들로 가난한 집에 입양된 잡스는 젊어서부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를 떨쳐버리지 못했다. 그가 정식으로 자신의 종교를 밝힌 적은 없다. 하지만 그는 동양적인 사상, 특히 선불교적 철학에 심취했다. 리드 대학에서 타이포그래피(활자연구)를 청강하던 시절 밥을 얻어먹기 위해 하레 크리슈나 사원을 자주 찾았다. 힌두와 불교의 뿌리를 찾아 인도를 여행했다. 불교 승려가 결혼식을 주례했다.

잡스의 불교적 정신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은 2005년 스탠퍼드대 연설이다. 암 투병의 경험을 소개한 그는 “내가 (암으로) 죽음을 직면했던 경험은 이후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힘이 되었다. 왜냐면 죽음 앞에선 모든 것들, 실패의 두려움이나 부담감과 같은 것들이 의미가 없어지고, 진실로 중요한 것만 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잡스는 금욕적이고 은둔적인 삶을 사는 채식주의자다.

본질적인 것을 직시하고, 불필요한 것을 과감히 배제하는 절제의 미학이다. 잡스의 집 거실에 놓인 유일한 가구가 조지 나카시마의 의자 하나인 것도 같은 이유다. 일본계 미국인 디자이너 나카시마 역시 동양적 세계관을 원목가구로 구현해냈다. 단순하고 실용적이며 자연의 결을 그대로 살린 의자는 세계적 명품으로 평가된다.

#엔지니어 실용성과 아티스트 감성 갖춰

잡스의 친구인 오라클 대표 래리 엘리슨은 “그는 엔지니어의 마인드와 아티스트의 감성을 겸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절제와 금욕의 철학이 미니멀리즘이란 예술적 감성이라면, 엔지니어의 마인드는 제품의 실용성으로 축약된다.

잡스는 지난달 프레젠테이션 말미에 “기술과 인문학(liberal arts)의 교차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기에 애플이 아이패드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용자들이 제품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사용자를 위해 만들어져야 한다”며 끝을 맺었다. 가장 단순한 명제이면서 하이테크 기술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를 말한 것이다.

그는 애플을 창업한 1970년대부터 제품 내부 기판의 납땜 상태를 다듬어야 하고 배선을 줄여 소음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폰이 배터리를 교환할 수 없다는 불만에도 이음새가 없는 일체형을 유지하고 배터리 성능 향상에 공격적이었다. 많은 사람은 애플 제품의 성공 요인을 성능에서 찾으려 한다. 그러나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제품 곳곳에 배어 있는 편의성을 느끼게 된다. 매뉴얼에는 없지만 사용하다 보면 사소한 부분에서 편리함을 발견하게 된다.

이 역시 의도된 설정이다. 이미 제품의 탄생 과정에서 수많은 질문이 오고 간다. 손가락을 돌려서 조작하는 아이팟의 클릭휠 인터페이스는 수만 곡 가운데 찾고 싶은 노래를 단 세 번의 클릭으로 고를 수 있다. 요즘에 회자되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이다.

애플 출신의 한 연구원은 “엔지니어가 잘난 체하며 많은 기능을 보여주면 잡스는 자동기능으로 만들라 합니다. 어려운 일이라 자동화는 실제로 80% 정도만 구현됩니다. 그러나 사용자는 그 정도로 만족한다는 걸 잡스는 안다”고 말한다.

잡스가 97년 애플로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일은 목적 없고 비전 없는 제품 라인을 줄이는 일이었다. 버튼이나 형태에 대한 질문을 최종 사용자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던진다. “과연 이 기능이 필요할까?” 당장 구현 가능한 기능이라 해도 편리한 사용법이 구현되지 않으면 미련 없이 다음 버전으로 미룬다.

잡스는 과거를 회상하며 애플사를 설립할 때 아이디어 하나에 매달렸다고 한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분석가는 수치적인 성능에 집중한다. 프로세서 속도, 카메라가 달렸는지, 디스플레이 방식은 무엇인지. 아이패드의 화면이 4:3에 가까운 비율이라 16:9 와이드 영상 비율이 아닌 점만 주목한다. 그러나 아이패드의 화면 비율이 보편적인 책의 사이즈와 같다는 점은 간과한다.

잡스는 보이지 않는 사소한 것들에도 혼신의 힘을 쏟아붇는다. 예술가적 완벽주의인 동시에 기술의 문제를 사용자 입장에서 고민하는 과정이다. 아이팟 뒷면의 거울 같은 표면 처리를 위해 일본의 장인들이 밀집해 있다는 니가타현에 의뢰해 완성시키기도 했다. 모든 것이 준비된 다음에야 잡스는 자신 있게 대중 앞에 나서 외친다. “보세요. 우리 제품의 뒷면은 타사의 제품 앞면보다 아름답습니다.”

그의 새 창조품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열광한다. 동시에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조롱도 이어진다. 그러나 잡스는 이미 세 번, 매킨토시(1984년)·아이팟(2001년)·아이폰(2007년)의 성공신화로 자신의 천재성을 확인시켜 주었을 뿐 아니라 IT 문화까지 바꿔놓았다.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아이패드를 두고 세계가 술렁이는 이유다.



http://news.nate.com/view/20100204n01150?mid=n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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