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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잡스 오빠' 한테 배워야 해요" 스티브잡스

2000년 닷컴 열풍 속에 IT 벤처 창업 붐이 인 지 10년. 아이폰 열풍에 힘입어 '모바일'이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모바일 혁명'이 그동안 침체에 빠진 IT 벤처 창업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직접 현장을 찾아가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첫 순서로 PC통신에서 출발해 웹 시대를 거쳐 모바일 웹 시대를 열고 있는 '청년 창업자' 고윤환 캘커타커뮤니케이션 대표를 만났다.
고윤환 캘커타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아이폰부터 아이북, 맥북 에어까지 없는 게 없는 '애플 마니아'다.
ⓒ 김시연

평일 낮인데도 손님 발길이 뜸한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공구상가에 유달리 활기찬 곳이 있다. "이제 나도 사장이다!"란 구호 아래 20~30대 예비창업자 수백 명이 꿈을 키우고 있는 '강남청년창업센터'다. 이들에게 오롯이 주어진 공간은 넷이 나눠 쓰기도 빠듯한 공동 사무실뿐이지만 열띤 분위기만큼은 구글이나 애플 본사 안 부럽다.


모바일 웹 솔루션 업체인 캘커타커뮤니케이션 고윤환(37) 대표는 이곳에서도 눈에 띈다. IT(정보통신) 분야에서 보기 드문 여성 창업자여서만은 아니다. 1994년 LG데이콤 천리안(LG텔레콤에 통합)을 시작으로 IT업계에 15년 넘게 몸담은 만만찮은 경력에다 창업 첫해 억대 자금을 끌어 모은 남다른 수완까지 갖춘 탓이다.


"10년 만에 온 IT 격변기, 다시 파도 타야죠"


"여기서 저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KAIST, 서울대 출신은 물론이고 삼성전자 출신까지 놀랄 만한 경력을 가진 분들이 많거든요. 요즘 다시 창업 붐이 이는 건 실업률이 높아진 탓도 있지만 10년 전 닷컴 골드러시 때처럼 모바일 제너레이션(세대)을 큰 기회로 여기는 것 같아요."


전화 모뎀으로 PC통신 하던 시절 IT업계에 발을 들여놨으니 '웹 1세대'를 넘어 '웹 0세대'라고 자신을 소개한 고윤환 대표는 자칭 '모바일 웹 전도사'이기도 하다.


"아는 교수님이 '네 인생 마지막 IT 격변기일 수도 있으니 이 파도를 다시 타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모바일 웹 사업 아이템을 지인들에게 얘기했다 공격받고 반론을 펴다보니 직접 창업 기회까지 잡게 됐네요."


지난해 2월 중소기업청 예비기술창업자 지원으로 출발한 고 대표에게 지금 주어진 건 책상 두 개가 들어갈 공간이 전부지만 그 뒤엔 든든한 '백'이 있다. '탄력 근무' 형태로 번갈아 출퇴근하는 경영지원 담당, 개발자 등 월급 주는 직원만 6명이고 수시로 자문해주는 회계사, 법무사, 변리사까지 두고 있다.


모교인 경희대 창업보육센터에 있는 연구소와 강남 파트너 회사들을 오가느라 한창 정신없을 고 대표지만 요즘 발목이 잡혔다. 지난 연말 길에서 미끄러져 발을 다치는 바람에 3개월 동안 거동이 힘들게 된 것. 문정동 사무실을 찾은 지난 1월 28일에도 휠체어에 탄 채 손님을 맞고 있었다.


"아이패드 때문에 킨들 산 사람들 속 좀 쓰릴 걸요"


마침 이날 새벽 애플에서 태블릿PC '아이패드'를 처음 선보였다. 고 대표가 쓰는 아이북 모니터에선 애플 CEO 스티브 잡스의 아이패드 시연 동영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잡스 오빠, 정말 멋지지 않아요? 절 위해 딱 499달러에 내주시고…."


아이북 뿐 아니라 아이팟 터치, 아이폰, 맥북 에어까지 이미 책상 위엔 '사과' 로고들이 가득했다. 고 대표는 '잡스 오빠'가 서류 봉투에서 얇은 맥북 에어를 꺼내는 모습에 반해 2008년 국내 출시 전에 샀을 정도로 '애플 마니아'다.


고 대표가 지금 하는 일도 애플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아이폰 때문에 관심이 커진 '사용자 경험(UX)' 기반 모바일 웹 디자이너인 고 대표는 요즘 한창 애플 앱스토어에 올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까지 몸담았던 데이콤멀티미디어인터넷(DMI) 무료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서비스 '심파일'을 모바일 웹으로 구현한 '모바일 심파일' 사업의 일부다.

"아이패드는 가격 대비 효과적으로 균형을 맞춘 것 같아요. 아마존 킨들 사신 분들 속 좀 쓰렸을 걸요. '큰 아이팟'이라고도 하지만 사용자 패턴에서 태블릿 수요는 분명 있었어요. 다양한 콘텐츠가 없었을 뿐이었죠. 카메라, 메모리카드가 빠진 건 원가 때문이겠지만 다음 모델에 반드시 들어갈 거예요. 개인적으로 제가 만드는 플랫폼이 아이패드에도 그대로 들어갈 수 있어 더 좋아요. 모바일 웹 표준에 충실하게 만들었고 크기 변경도 가능하기 때문에 지원하는 플랫폼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죠."


"PC통신 시절 갑-을 관계, 이젠 안 통해요"


고윤환 캘커타커뮤니케이션 대표
ⓒ 김시연

1991년부터 PC통신을 즐기다 1994년 아예 천리안에 들어가 IT업계에 발을 들인 고 대표는 지난 10여 년 IT 산업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도중에 회사를 박차고 나와 당시 유행하던 소호(소자본) 창업을 했다 쓴맛을 본 뒤 다시 LG인터넷에 들어가 채널아이, 심마니, 심파일 등 다양한 사업에 참여했다.


"1997년 회사를 그만두고 CP(콘텐츠 제공) 사업을 3년 정도 했어요. 그때는 20대 중반이라 아직 세상 모를 때였죠. 결국 다시 경영학과에 편입해 2년 공부하고 2006년 대학원에서 e비즈니스모델을 전공했어요. 다시 기초로 돌아가 기술과 마케팅, 지식과 삶의 경험을 정리한 거죠.


콘텐츠로 돈 버는 CP는 전체의 4%에 불과해요. 최소한 인건비는 보장돼야 하는데 앱스토어처럼 개발자 대 유통업자 7대 3 배분은 드물어요. 아주 나쁜 관행이죠. 애플이 이런 관행을 시원하게 깬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CP가 이통사에 입점하려면 사전 접촉 과정만 3개월이에요. 옥션이나 G마켓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거죠."


고 대표는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 '1인 창조기업인' 선정에 이어 서울지식센터 해외 특허권 지원을 받기도 했다. 고 대표가 해외 특허를 낸 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들어갈 '모바일 ASP(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제공자) 솔루션'이다. 이에 바탕을 둔 '모바일 심파일'은 현재 이통사와 앱스토어에 묶여 있는 무료 소프트웨어 유통 경로를 개방해서 사용자들이 정보 공유를 통해 나눠 쓸 수 있게 돕는 서비스다.


"저는 모바일 웹을 많은 사람들이 기획하길 바라고 모바일 웹 전도사가 되고 싶어요. 요즘 클라우딩 컴퓨팅(응용 프로그램은 자체 데스크톱이 아닌 외부 데이터센터에 두고 공유하는 기술)이 유행인데 앞으로 클라우딩 창업을 계속할 거예요. 창업자들끼리 서로 협력하면 그만큼 기회가 많이 생겨요. PC통신 시절 같으면 갑과 을 관계겠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와 러닝메이트가 돼야 하는데 갑-을 자체가 말이 안 되죠."


한국에서 아이폰-아이패드가 나올 수 없는 까닭


닌텐도나 애플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일 때마다 삼성, LG 같은 한국 기업들은 왜 그런 걸 못 만드느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IT 업계에선 한국은 하드웨어는 되는데 소프트웨어는 안 된다는 자조 섞인 얘기도 들린다. 고윤환 대표는 그 원인을 '사람'에서 찾는다.


"어차피 사람이 만드는 건 똑같아요. 문제는 어디가 더 인간적이냐죠. 기술은 훔쳐도 사람 마음은 훔쳐가지 못하잖아요. 아이패드만 봐도 애플 CEO가 나와서 깔끔하게 가격 공개하잖아요. 몇몇 기능이 빠진 것은 499달러에 맞는 최상의 가치를 만든 거라고 봐요. 고객을 먼저 생각해 제품과 서비스가 나온 거죠. 삼성은 어떻죠? TV 신제품 내놓고 가격은 마트에 가서 물어봐라, 그런 식 아닌가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3D 지식노동자'로 전락하는 사회 분위기 역시 좋은 소프트웨어를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이날도 한 IT벤처기업 이사로 있는 개발자가 고 대표를 찾았는데, 월급이 두 자릿수라고 해 '88만 원 세대'냐고 농담 삼아 물었더니 '66만 원 이사'라고 하더란다.


"너무 비참해요. 자금 1억을 주무르는데 왜 내 지갑에 들어오는 돈은 없을까. 억대 연봉요? 지난 한 해 집행한 돈이 억대란 얘기지 내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없어요. 원고료나 강사료, 자문료 등 부수입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거죠."


열악한 수입 구조는 IT 인력을 떠나게 만든다. 특히 여성 인력 유출도 심각한 문제다. 캘커타 직원 6명 가운데 2명이 여성인데 뛰어난 실력을 갖고도 자녀 양육 때문에 일을 그만뒀다 복귀한 경우다.


"결혼과 자녀 양육으로 여성 고급인력들을 썩히고 있어요. 그 사람들이 바라는 건 높은 연봉이 아니라 일자리거든요. 지난 IT 10년 결과가 이런 거예요. 밤새 소프트웨어 만들다가 지쳐 업종을 바꾸거나 아예 일을 그만두고 경력을 썩히는 거죠."


'IT 벤처인의 하루'라는 애초 계획은 어느새 3시간짜리 전격 인터뷰가 돼 버렸다. 취재를 마친 기자에게 사무실에서 먹던 거라며 군것질거리를 쥐어주면서 덧붙인 말은 떠나는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10년 전 일본에 갔을 때 아키아바라에서 아이들이 쇼핑카트에 소프트웨어를 과자처럼 주워 담는 걸 보고 충격 받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외산까진 아니어도 국산 소프트웨어만큼은 꼭 정품 사서 써요. 지난 10년 소프트웨어가 붕괴하고 대부분 SI(시스템 구축)로 넘어간 것도 이런 차이 때문이죠. 이제야 다시 시작하려니 버블도 생기는 거예요."




http://news.nate.com/view/20100201n09929?mid=n0600
고윤환 대표에게 주어진 공간은 책상 2개가 들어갈 공간이 전부지만 그 뒤엔 든든한 후원자들이 버티고 있다.

덧글

  • 해피신드룸 2010/02/03 15:08 # 답글

    적날한 현실......ㅜ.ㅜ 같은 업종 종사자로 모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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